- "행복"
- 사회복지법인 가교
함께하는 기쁨 나누는 사랑
에이블뉴스 김영아 칼럼니스트】 사람중심실천, 자산기반접근 등 발달장애인의 욕구를 넘어 강점과 자기주도성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실천가치가 장애인복지 현장에 뿌리내리고 있다. 공급자 중심인 장애인복지 서비스의 한계를 없애고 당사자와 그들의 가족에게 선택권과 주도권을 부여하자는 것이 기본 골자이다.
교육, 노동, 의료, 지역사회활동, 돌봄, 취미여가 등 한 사람의 생애 전반에 걸쳐 당사자에게 주도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유독 주도권에서 배제된 영역이 ‘죽음’ 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기에 설명하거나 직면하기 꺼려하고, 특히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이해보다 오해나 두려움으로 받아들여질까 두려워 회피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인들은 정말 죽음을 받아들이기를 두려워할까?
필자는 얼마 전 한 지역의 발달장애인분들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 50대 내외의 중장년발달장애인들로 탈시설하여 지원주택에 거주 중인 분들이 많았다. 이곳에서는 매년 1회씩 장애인당사자분들에게 웰다잉 교육과 함께 장수사진 찍는 활동을 진행 중이셨다. 참여하신 장애인분들은 활동지원사 또는 사회복지사분들과 1:1에 가까운 비율로 매칭되어 교육에 참여하셨다. 글씨를 쓰고 읽기가 어려워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대부분이셨기 때문이다.
2시간이란 짧지 않은 시간동안, 우리는 왜 내 죽음을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나는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장례는 어떻게 치루어지는지,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은 무엇인지 등의 주제로 영상을 보고 활동지를 채워가며 워크샵을 진행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버킷리스트.
아직 자립하지 못한 한 발달장애인은 당당하게 자립하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는 게 죽기 전 소원이라며, 활동지원사의 손을 빌려 작성했다.
한 분은 죽기 전 소원은 ‘죽지 않기’ 라는 말을 쓰기도 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작성한 나의 장례식 계획.
참여한 발달장애인분들은 장례식 방문 경험이 많지 않았다. 평생 휠체어 생활을 하느라 못가보신 분들도 계셨고, 애초에 장례식에서 배제되신 경우도 있었다.
이들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를 보여드리고 내가 죽은 뒤 장례식은 어땠으면 좋겠는지 함께 상상해보았다. 아직은 실감나지 않기에 두려움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장례식을 통해 실현한다는 마음으로 작성하는 분들이 많으셨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장례식에 틀고, 좋아하는 음식을 손님들에게 내어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 빈소에 온다는 생각을 주로 하시는 듯 했다. 이들에게 자기 장례식 계획은 내 마지막을 계획한다는 의미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일종의 선택권의 영역이었다.
발달장애인이 작성한 ‘나의 묘비명’. ©김영아
마지막에는 내 무덤가에 놓을 묘비명 쓰기로 마무리를 했다. 많은 분들이 ‘고마움’ 이란 감정을 묘비명에 담아 표현하셨다. 사는 동안 감사함과 사랑을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렵고 쑥스러운 건 장애를 넘어 모든 이들의 공통분모인 듯 하다.
발달장애인의 자기주도권과 선택권은 단지 ‘내가 하고 싶은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보통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매 순간 선택할 기회를 주고, 선택할 수 있는 선행경험을 제시하여 ’내가 살고싶은 방향’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삶의 마침표인 죽음 또한 당사자가 스스로 설계하는 영역에 포함될 때 ‘온전한 자기주도적 삶’ 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